대서양 맞은편에 있는 미국에서는 2016년 도날드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스윙스테이트 표를 대거 가져오면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거기에는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던 백인 노동자들의 몰표가 큰 몫을 하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선 후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필두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철회를 주장하였고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대대적 관세를 부과하여 세계무역전쟁의 시동을 걸었다.
그간 중국을 향해 “미국을 죽이는 나라(Death by China)”라고 비난하던 대중 강경론자들이 포진한 백악관은 2018년 7월 818개 품목 34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수입품에 25%의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은 바로 같은 규모로 대응하였고 미중 간 무역분쟁은 본격화됐다. 이후 8월 23일 미국이 잔여 1260억 달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때도 중국은 같은 규모로 맞대응하였고, 9월 24일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였다.
그 와중에 중국 화웨이에 의한 스파이칩 사건과 5G 금지 조치로 중국의 기술 추격 문제가 노골적인 협상의제로 등장하였다. 다행히 현재 미중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2019년 1월부터는 추가 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관세폭탄을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IT제품 외에 냉장고, 의류, 식품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러한 전방위적 관세 부과는 전통적 동맹인 EU에도 예외없이 적용되어 EU는 미국의 상징기업인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리바이스 청바지, 버번 위스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에 32억 달러 규모의 수입제한과 철강 수입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거론한 대서양 양안에서의 사태와 동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오랜만에 깜짝 경기 회복을 맛본 세계경제에 암울한 전망을 던지는 요인들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성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수출의존 경제이다. 5000만 인구가 누리고 있는 개인당 3만 달러 이상의 소득 절반이 수출에서 온다는 얘기이다. 그것도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5개 품목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외요인에 민감한 경제구조이다.
문제는 우리의 수출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에 쏠렸다는 데 있다. 중국 25%, 미국이 12% 정도다. 우리는 중국에 1년에 약 1500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 중 80% 가까이가 부품 및 소재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는 우리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중국 제품에 부품으로 내장되거나 소재로 사용된 우리 제품에 간접적인 피해를 야기함으로써 이중적 손실을 보게 된다.
브렉시트의 혼란 또한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유럽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과 함께 유럽 및 영국 자본시장에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경기침체는 우리 제품의 대유럽 수출에 장애요인이 된다. 미국의 철강 제재로 유럽으로 수출을 전환한 우리 철강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이에 해당한다. 앞으로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계를 맺어왔던 EU에서 영국이 이탈하면 영국과 관세 및 통관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철저한 준비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