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둔화세에 역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성장률을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추세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내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성장률을 좌우하는 건 결국 세계 경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의 성장률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최근 우리나라 수출 둔화의 원인 중 하나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인데, 이 역시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단, 내수 부진에 있어선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 등에서 경고음이 나왔음에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기를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기재부는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 1월 전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건설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증가한 데 대해 ‘긍정적 모멘텀’이라는 평가를 했다. 이달 고용동향에선 2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26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자 “취업자가 2018년 1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며 반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해석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계 경제는 정책적인 대응이 어렵다지만, 국내에선 여러 정책적 요구들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노동비용 상승 등 부작용을 낸 정책들에 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기 악화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 성장에는 상당 부분 정부 지출이 기여했고, 민간기업 투자가 상당히 안 좋았다”며 “민간소비는 과거에 비해 나쁘지는 않지만, 힘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에 대해선 “낙관적 평가를 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 교수는 “현재 경기는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재정 부담이 느는 건 사실이지만, 추경 외에는 정책적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