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수 시장판매기록은 작년과 비교해볼 때 지는 모델과 뜨는 모델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났다.
우선 올해 가장 큰 판매 감소를 보인 모델의 특징은 단종을 눈앞에 둔 모델이라는 점이다. 8월에 후속모델 ‘포르테’가 데뷔하는 기아 쎄라토가 -58.8%의 가장 큰 판매 감소율을 보인 가운데, 올 연말 후속모델 VI가 나오는 에쿠스도 -54.5%로 두 번째 큰 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제네시스 쿠페가 나오면 단종될 투스카니도 52.8%의 감소율을 보이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GM대우 라세티도 후속모델 데뷔 소식이 들려오면서 -40.9%의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이들 네 차종 중 두 차종은 연비가 좋지 않은 대형차와 스포츠카다.
또 다른 경향은 경유가 급등으로 인한 SUV 모델의 ‘추락’이다. 특히 디젤 SUV 판매비중이 높은 쌍용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액티언은 무려 -61.2%나 감소했으며, 카이런은 59%, 렉스턴은 50.9%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경향은 기아 쏘렌토(-47.6%)나 GM대우 윈스톰(-44.7%)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 베라크루즈는 -19.1%로 상대적으로 덜 줄었으며, 현대 싼타페는 유일하게 10.1%의 판매성장을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완성차업계는 가솔린 SUV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투싼 워너비를, 기아차가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을 보급형 개념으로 저렴하게 출시한 데 이어 르노삼성차는 QM5 가솔린 모델인 ‘씨티’로 맞불을 놓았다.
그렇다면 이들 모델의 초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지난 6월의 성적만을 놓고 본다면 일단은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투싼의 경우 2월에는 56대, 3월에는 55대이던 것이 보급형 가솔린 모델인 ‘워너비’가 출시된 6월에는 794대나 팔렸다.
한편 이 같은 판매추세에 대해서 車업계가 ‘고유가추세에 역행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 모델은 보급형 모델이 나오기 이전에도 디젤 모델보다 가격이 쌌지만, 연비가 디젤 모델의 13km/ℓ 수준보다 한참 떨어지는 9.8~9.9km/ℓ 정도여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SUV는 기본적으로 승용차보다 차체가 무겁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흐름에 맞춘 제품출시를 놓고 비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0cc급 가솔린 엔진을 갖추지 못한 쌍용차의 부진이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GM대우는 윈스톰 맥스에 2400cc 가솔린 엔진을 뒤늦게 추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UV 시장의 붕괴 속에 이들 가솔린 모델이 하반기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