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다국적 기업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IT 공룡 구글에 이어 이번엔 스포츠용품 업계의 공룡 나이키에 벌금 철퇴를 가했다. EU가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나이키에 1250만 유로(약 1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나이키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소매업체들이 FC바르셀로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유벤투스, 인터밀란, AS로마 등 유럽의 명문 축구 클럽과 유럽 축구 국가대표팀의 용품을 역내 다른 국가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축구 팬들에게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셔츠나 스카프가 소중하다”면서 “그럼에도 나이키는 사업자들이 나이키 상품을 유럽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것을 막았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가격 상승을 촉발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이키가 EU 경쟁법에 반하는 상품판매 라이선스를 체결한 것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이어 “오늘 결정은 소매업자나 소비자들이 EU 단일시장의 혜택을 완전히 누려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유럽 내 소매업자들과 소비자들은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최고의 조건으로 거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는 2017년 6월부터 시작된 EU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의 결과물이다. 당시 EU는 소매업자들이 해당 축구클럽과 협회가 속한 나라가 아닌 지역에서 상품을 판매하는데 제한을 받는다는 점을 파악하고, 일명 ‘지리적 차단(geo-blocking)’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이번 벌금 부과 외에도 나이키가 네덜란드에서 제대로 세금을 냈는지 조사 중이다.
EU는 애플, 스타벅스, 아마존, 피아트를 포함한 다국적 기업의 탈세 조사에 착수, 벌금을 부과했다. 또한 ‘헬로 키티’ 상품으로 유명한 일본 산리오와 유니버셜스튜디오의 판권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설상가상, 나이키는 7월부터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인 맨체스터시티와의 스폰서 계약도 종료된다. 지난달 맨체스터시티는 나이키 대신 독일 퓨마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계약 규모는 향후 10년간 연 6500만 파운드(약 970억 원)에 달한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앞서 20일 EU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미국 IT 기업 구글에도 15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광고시장에서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불법적으로 남용했다”면서 “2006년과 2016년 사이 제3자 웹사이트에 반경쟁적인 제한을 계약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EU는 구글에 2년 간 세 차례에 걸쳐 총 82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