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도착액 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6% 늘어난 498억 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7년 투자액(446억 달러)을 1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제조업 투자가 164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금융 및 보험업(162억 달러), 부동산업(51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 투자는 전년보다 92.5%나 급증했다. 해외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에서 생산 활동을 하려는 우리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에 대한 투자가 168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홍콩 포함·83억 달러), 베트남(32억 달러), 싱가포르(16억 달러), 일본(13억 달러), 인도(11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신남방 핵심국으로 꼽히는 베트남 투자 신고건수가 2711건(작년)으로 전체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인도에 대한 투자 신고건수(408건)는 전년보다 98건 늘었다.
이같이 해외투자가 늘면 수출은 물론 국내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액은 486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1.8%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증가율이 46.3%였다. 베트남을 포함한 세안으로의 수출 증가율도 2017년 27.8%에서 2018년 5.3%로 줄었고, 인도의 경우 29.8%에서 3.7%로 축소됐다. 올해 2월에는 대베트남(-2.3%), 대아세안(베트남 포함·-3.2%)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주요 원인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현지 설비 투자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아세안 등 우리 기업들의 해외 투자로 휴대폰, 가전 등의 생산 공장 설립이 하나둘씩 완료돼 해당 품목의 현지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우리 수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 설립 등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우리 수출은 물론 생산,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