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3개월물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불황의 전조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장기 금리의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2일 한때 2.41%로 약 1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3월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크게 악화하면서 경기 악화 우려가 한층 강해진 영향이다.
이 결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46%대에 머물던 3개월물 금리를 밑돌았다. 2007년 8월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 은행은 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진다. 이에 22일 미국 증시에서는 씨티그룹이 4% 이상 빠지는 등 은행주에 매도세가 거세게 유입됐다.
신문은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는 대차 기간이 긴 금리가 더 높은 게 정석이다. 향후 성장에 따른 금리 상승이 기대되고, 대손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경기에 대한 불안이 강해지면 향후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어 장기 금리가 크게 하락해 단기 금리를 밑도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기간별 금리를 연결해서 그리는 ‘수익률 곡선’이 평상시와 반대가 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불황의 전조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비앙코리서치가 지난 50년간 미국의 상황을 조사한 결과,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 상태가 10일 이상 지속되면 평균 311일 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제로(0)로 전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당국 만 알고 있는 악재가 있나보다”라며 의구심을 자아냈다.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유명 투자자 제프리 건들라흐는 “FOMC 이후 연준의 움직임이 한층 더 불확실성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FOMC 이후 시장의 금리 인하 관측이 급속도록 강해졌다. 22일 단기 금융 시장은 2019년에 0.7회분의 금리 인하를 반영했다. FOMC 전에는 0.2회 정도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존 론스키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4% 아래로 떨어지면 연준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며 “충분한 고용 개선이 보이지 않을 경우 이르면 6월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