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디즈니는 컴캐스트를 제치고 폭스의 콘텐츠 사업 대부분을 713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2년 ‘스타워즈’ 시리즈를 갖고 있던 루카스필름 이후 디즈니의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각국 반독점당국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우려를 나타냈으나 큰 걸림돌 없이 거래가 성사됐다.
미국 언론들은 2005년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아이거에게 이번 폭스 인수는 마지막 임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디즈니는 아이거의 뒤를 이을 적임자를 찾지 못해 여러 차례 임기를 연장, 결국 올 7월까지로 연기했다.
디즈니의 강점은 브랜드 파워와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및 영화 작품이다. 아이거 취임 이후 디즈니는 픽사,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등 유력 스튜디오를 차례로 산하에 품었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와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이제 디즈니의 핵심 상품으로 성장했다. 영화의 흥행 수입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 판매와 테마파크 유치 등으로 폭넓게 수익에 기여하는 존재가 됐다. 여기에 ‘심슨 가족’과 ‘아바타’ 등 폭스 작품군까지 손에 넣으면서 더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일부 영화 팬 사이에서는 폭스에 일부 권리가 남아있는 마블 시리즈 ‘데드풀’과 ‘엑스맨’도 디즈니 군단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태다.
디즈니 영화 부문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아사드 아야즈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폭스 인수로 다양한 스토리와 지적재산권, 더 우수한 인재를 얻게 됐다”고 인수의 의의를 강조했다. 폭스는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보헤미안 랩소디’의 제작·배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폭스와 합치면 작년 북미 흥행 수입 상위 10개 중 6개 작품을 디즈니가 차지한 셈이 된다. 디즈니 단독으로도 올해는 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낸 2016년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개봉한 ‘캡틴 마블’을 시작으로 12월 개봉하는 ‘스타워즈’ 최신작까지 올해는 8개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겨울왕국’ 속편도 있다.
또 디즈니는 올해 미국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업계 절대강자인 넷플릭스와 정면 승부를 겨루겠다는 의미다. 아마존닷컴과 애플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아야즈 총괄은 “극장 영화의 공략을 기본으로 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합한 작품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과의 충돌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집에서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보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영화 팬들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인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냄으로써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야즈 총괄은 “제작자가 늘어나는 것은 업계 전체에 좋은 것”이라며 “동영상 스트리밍은 영화의 적이 아니다. 질 높은 영상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디즈니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