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경영승계? … 오너가 2·3세들 사내이사로 본격 등판

입력 2019-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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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3-1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올해도 오너 일가 2·3세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잇달아 상정되고 있다.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한편에선 승계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아자동차는 1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2005~2009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이사회에서는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9년간 비상근인 기타비상무이사 역할만 해왔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핵심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임하게 됐다.

한세예스24홀딩스도 28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함께 김석환 예스24 대표,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 김지원 한세엠케이 상무 등 2세들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될 경우 그룹 내 상장사에서 김익환 대표는 3곳에, 김석환 대표와 김지원 상무는 각각 2곳에서 사내이사를 겸하게 된다.

상법상 사내이사 겸직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의 등기이사를 2개 초과해 겸직할 경우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 좋은기업지배연구소(CGCG)는 “과도한 겸직으로 인한 충실의무 저해 가능성, 회사 사업기회 유용 위험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삼광글라스는 27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이복영 회장의 차남인 이원준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이 상무는 2011년 삼광글라스에 입사했다. 업계에서는 이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상무가 경영능력을 검증 받지 못한 상황에서 관행에 따라 사내이사로 손쉽게 오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CGCG는 이 상무가 계열사 군장에너지 주요주주 중 한명으로 회사 기회 유용과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행위를 통해 상당히 자산을 증식했다고 판단, 이사 선임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밖에도 올해 주총을 통해 △현대백화점은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일동홀딩스는 오너 3세인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유유제약은 유원상 부사장 △한국제지는 단우영 해성디에스 사장과 단우준 해성디에스 부사장 △깨끗한나라는 최현수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할 예정이다.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의 의도도 있지만, 회사의 이익보다 지배주주의 이해관계를 위한 결정을 내릴 위험성이 높아지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사내이사 선임이 승계에 활용되는 것에 대해 국내 상장기업들의 적절한 승계정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상장기업은 승계와 관련한 정책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지배구조 수준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스튜어드십 코드의 활성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활동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률 개정 추진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요청이 여러 방향에서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해외의 모범적인 승계정책 운영 사례 등을 기반으로 적절한 승계정책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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