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쇼타임’이 시작된다. 25일(현지시간) 애플은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1000석 규모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과 프로듀서를 상대로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의 초점은 아이폰이 아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HBO가 주름잡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애플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자리다. 그래서 행사명도 “It’s show time”이다.
이번 행사에서 애플은 10개 이상의 프로그램 중 하나를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에는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톤, 브리 라슨, 제이슨 모모아, 옥타비아 스펜서, J.J. 에이브럼스, M. 나이트 샤말란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쟁쟁한 ‘별’들이 참여했다.
애플이 ‘별’들의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하나다.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긴 애플이었지만 최근 수익은 예전 같지 않다. 더 이상 아이폰이란 ‘하드웨어’만 고집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돈이 될 만한 ‘콘텐츠’가 필요해졌다. 실리콘밸리에 익숙한 애플이 생소한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유다. 애플의 엔터테인먼트 팀은 역사적으로 영화 제작의 중심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있다. 이 회사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을 이끌어온 수석 부사장 에디 큐가 이끌고 있다. 여기에 전 소니 TV 부문 임원을 지낸 제이미 얼리흐트와 잭 반 앰버그가 호흡을 맞춘다.
애플이 할리우드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 강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에 최소 80억 달러를 지출했다. 아마존과 월트디즈니, 워너 미디어도 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으로 2018년 한해에만 미국에서 약 500편의 TV 프로그램이 시장에 나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플은 다섯 개 시리즈를 완성했고 2020년까지 제작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애플의 새로운 도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이 고수해온 비밀스러운 영업 스타일이 ‘쇼’ 비즈니스 세계와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쇼타임’ 행사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애플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25일에 벌어질 애플의 ‘쇼타임’이 할리우드의 우려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