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마저 휘청…‘수출 버팀목’ IT산업 위기 본격화”

입력 2019-03-17 13:13 수정 2019-03-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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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반도체 제외한 IT수출액 2013년부터 5년 연속 감소"

우리나라의 ‘수출 버팀목’인 IT산업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LCD와 OLED, 휴대전화 등 주력 IT산업의 하락세가 가려져 있었지만, 올 들어 반도체 역시 수출이 20% 넘게 감소하고 있어 IT산업의 위기가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수출입통계’를 이용해 1996년부터 2018년까지 IT산업 수출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를 제외한 IT수출액이 지난 2013년을 정점으로 5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산업 20개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5개뿐이고 차기 IT산업을 이끌어갈 수출 유망주 역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IT산업은 20년 념게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IT산업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32%, 2005년 37%, 2018년 36%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수출액 역시 1996년 412억 달러에서 지난해 2204억 달러로 연평균 7.9%씩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지난 2016년에 1625억 달러였던 수출액이 지난해에는 2204억 달러로 2년 새 연평균 16.5% 늘어나며 수출 효자산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호황세인 반도체를 제외하면 지난해 IT산업 수출액은 922억 달러로 쪼그라든다. 2013년 1155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을 걷는 상황인 것이다.

IT산업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반도체 편중 현상이 더욱 도드라진다. IT산업은 △전자부품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 및 방송기기 △영상 및 음향기기 △정보통신응용기반기기 5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 중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부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부문의 IT산업 수출 비중 합계가 1996년 54%에서 작년 25%로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통신 및 방송기기는 2008년 28%로 정점 후 작년 8%로 하락하였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2000년 23%로 정점 후 지난해 5%로 축소됐다. 영상 및 음향기기는 1996년 17%에서 2018년 1%로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정보통신응용기반기기가 간신히 9~12%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용기기와 측정제어분석기기의 수출이 2000년대부터 규모는 작지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을 제외하면 차기 IT산업을 이끌어갈 뚜렷한 유망수출품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품목별로 세분화 하면 20개 품목 중 2015년 후에도 수출액이 늘어난 제품은 반도체, PCB, 측정제어분석기기 등 6개뿐이다. 이 중 반도체를 제외한 5개 품목이 지난해 IT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에 그쳤다.

보고서는 IT산업 주력제품 중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당수 제품의 수출액이 수년 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LCD, OLED 등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013년 393억 달러로 총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대표제품이었으나 작년 278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휴대폰 수출액은 휴대폰 완제품 수출이 정점을 찍은 2008년 334억 달러(총수출의 7.9%)까지 증가한 후 감소했다가 휴대폰 부품 수출이 늘면서 2015년 300억 달러로 반등 후 다시 줄었다. 휴대폰 수출은 지난해 146억 달러로 최근 3년 새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IT산업의 수출 감소세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 △8.4%로 감소 전환한 이후 하락폭을 키우며 20% 넘게 감소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반도체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았지만 이마저도 올해 1월 2.6% 감소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 2.20일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세계 반도체시장 수요가 3.0% 감소하며, 특히 우리 반도체 수출의 73.4%(2018년)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14.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단기간 내 반등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올해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가 걷히면서 수년 전부터 축소되어 온 IT산업 수출의 민낯이 드러날 것으로 우려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20년 넘게 수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낸 IT산업이 수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이 20% 넘게 감소하고 있어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 IT산업 수출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제조경쟁력 하락과 제조기반 이탈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며 “최근 정부가 수출 활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대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존의 대책과 비슷해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제조기반을 되살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규제개혁, 노동시장 경직성 개선,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조세환경 정비 등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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