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는 가족에게 밥을 해주는 대신 밥을 사주고 남는 시간은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집안일은 요리 등 잘하거나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 청소 등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전문가에게 맡긴다. 남편과는 동반자 의식을 지니면서도 자신의 취미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외모를 가꾸는 건 기본이다. 왠지 낯선 엄마의 모습이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얼마 전 한 신문사가 2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엄마상(像)’을 볼 수 있다. 응답자 대부분은 “달라진 이미지의 엄마가 되기 원한다”며 “자신에게 투자하고 미래를 꿈꾸는 엄마로 살고 싶다”고 했다. 또 ‘과거의 엄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희생’과 ‘살림’을, ‘오늘의 엄마’ 모습으로는 ‘사회생활’과 ‘자기계발’을 꼽았다. 무조건 희생해 가족을 세우려던 엄마들이 이젠 적극적으로 ‘나’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을 말할 때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이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맞다. ‘개발(開發)’과 ‘계발(啓發)’은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의미상 차이가 있으므로 구별해 써야 한다.
계발은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슬기,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밖으로 드러나게 함을 뜻한다. ‘상상력 계발’, ‘소질 계발’, ‘외국어 능력 계발’처럼 쓸 수 있다. 개발은 계발보다 훨씬 더 폭넓게 쓸 수 있다. 우선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학습 등을 통해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신제품 개발’, ‘프로그램 개발’처럼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각을 내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수자원 개발’, ‘유전 개발’과 같이 토지나 천연자원 등을 유용하게 만들거나, 산업·경제 등을 발전하게 하는 일에도 개발이 쓰인다.
한마디로 계발은 인간의 잠재된 능력만이 대상이 되지만, 개발은 인간의 지식, 재능은 물론 토지·삼림·천연자원, 경제·산업·기술 등 대상 범위가 넓다. 따라서 자신이 지닌 능력을 더 발달시키는 일은 ‘자기개발’, 아직 발현되지 않은 잠재된 능력을 끄집어내 일깨우는 것은 ‘자기계발’이다.
개발, 계발과 관련해 가장 많이 보이는 오류는 물리적으로 이뤄내는 일에 ‘계발’을 쓰는 것이다. ‘신제품 계발’, ‘남해상의 유전 계발’, ‘3기 신도시 계발’ 등은 인간의 지적 능력이 아니므로 모두 ‘개발’로 써야 올바르다.
엄마·아내·며느리·딸로서만이 아닌 ‘나’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개발 혹은 자기계발에 나선 이들을 응원한다. 목표를 향해 굳세게 나아가시라. jsj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