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곤계층 70%가 일자리없는 현실

입력 2019-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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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계층에서 실업자나 일자리를 얻지 못해 놀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 가구주가 급속히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타난 결과다. 여기서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주가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인 비율이 71.9%에 달했다. 이 비율은 1년 전(65.0%)보다 6.9%포인트(p)나 높아졌다.

1분위 가구주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취업자 비율도 크게 줄었다. 상용직 비율이 1.7%로 전년 동기 4.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고, 임시직은 16.6%에서 12.6%로 낮아졌다. 반면 일용직이 4.6%에서 5.3%로 증가했다.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종전보다 열악한 일자리로 옮겨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1분위 가구주 가운데 65세 이상이 64.1%로 가장 많고, 50∼64세가 21.3%였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 사정이 갈수록 나빠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로 인해 작년 4분기 1분위 가구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고, 소득 상위 20%(5분위)와의 격차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벌어졌다. 1분위와 5분위 간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2017년 말 4.61배에서 5.47배로 높아진 것이다.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빈곤층 가구주 10명 중 7명 이상이 무직 상태인 것은 이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적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실정에 빈곤층이 일자리에서 내몰리는 현실은 심각한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기 부진에 따른 고용 축소를 탓하기 앞서, 이 같은 일자리 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최저임금 과속인상을 밀어붙인 정책 오류에 있다는 비판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돼 왔다. 최저임금이 16.4%나 한꺼번에 오른 작년 취업자 증가폭은 9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작았다. 2017년의 31만6000명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난 수치다. 특히 최저임금에 민감한 빈곤층 일자리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취업자는 작년 7만2000명, 4만5000명 줄었다.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 올해도 1월 도소매업 6만7000명, 음식·숙박업에서 4만 명 감소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먼저 없애 오히려 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소득격차 확대, 분배의 악화, 양극화 심화로 정책 목표와는 완전히 거꾸로다. 소득주도 성장이 소득 증대는커녕, 재분배의 역할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빈곤계층 고용의 기반마저 무너뜨려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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