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자에 이어 국내 자동차 기업들 마저도 중국시장에서 날개를 접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당시부터 제기됐던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 즉 탈(脫)중국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가 5월부터 중국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비슷한 시점에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을 세웠다.
두 공장 모두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최근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차이나 엑시트 가능성은 사실상 중국의 사드보복 당시인 3년 전부터 조심스럽게 감지돼왔다.
중국에서만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던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몽니’가 본격 시작된 2017년 3월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그 해에 80만 대를 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 시장점유율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심각한 추락세를 보였다.
한중합작사라는 견고한 고리와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 금액 등 철수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당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현지 진출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사업 포기’ 결단을 내린 곳은 대형유통업체들이었다.
신세계그룹이 일찌감치 이마트 중국 매장을 20여년 만에 철수하기로 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수 조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롯데마트 중국 사업을 대부분 접었으며, 백화점사업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때 잘나갔던 아모레퍼시픽 역시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며 100개가 훌쩍 넘었던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구조조정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와 화웨이의 저가공세, 사드보복 등의 여파로 역풍을 맞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휴대폰 시장을 20%가량 휘어잡았던 삼성 갤럭시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한자리 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0.8%로 급락했다.
이에 2016년 중국 현지인력을 17.5%(7878명) 감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공장 철수 결단까지 내렸다. 지난해 5월 해외 첫 통신장비 기지였던 중국 선전공장을 철수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결국 중국 톈진 휴대폰 공장마저 접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중국발(發) 글로벌 경기 둔화 급속화’에 대한 우려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로 1990년 3.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중국정부는 성장목표치를 6.0~6.5%로 내려 경제부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는 사드 보복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한국 뿐 아니라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도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제품들의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시장의 수요부진”이라며 “현지투자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