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11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 씨는 수차례 출석을 거부하다 지난해 5월 기소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광주 법정을 찾았다.
전 씨가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노태우(87)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후로 23년 만이다.
전 씨 측 변호인은 모두진술에서 전 씨를 대신해 헬기 사격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변호인은 “목격자 대부분은 헬기가 시민을 향해 사격했다고 진술하지만 그럴 경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며 “5·18 희생자 검시 결과, 기총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진료기록부 등에 의해도 각 병원에 헬기 총격으로 내원한 환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헬기 사격을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한 적 없고,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기록도 그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5·18 당시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고, 피고인 또한 대한민국 국군이 국민을 향해 결단코 사격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더 이상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장님께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앞서 전 씨는 법원 출석 당시 “발포 명령을 부인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상을 쓰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 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면서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고인의 명의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조 신부는 생전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조 신부의 유가족 등은 회고록이 발간된 직후 전 씨를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수사 끝에 전 씨를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 했다.
재판에 넘겨진 전 씨는 그동안 알츠하이머와 독감 증세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해왔다. 전 씨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계속 파행되자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했고, 전 씨 측이 이날 재판에 자진 출석하면서 구인장은 집행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 씨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실체를 알면서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비난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전 씨가 회고록을 발간할 당시 광주시위 진압상황을 보고받았다는 다수의 목격자 진술과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 자료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의로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