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금융시장이 또 출렁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현지시간) 유로존의 경제 전망을 대폭 하향하면서 미국 증시가 4거래일째 하락세를 연출한데 이어 세계 2위 경제국 중국의 수출이 2월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8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8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2월 중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2월 중국의 수출은 135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7%나 감소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래 3년 만의 가장 큰 폭이자 시장 예상치(5.0% 감소)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입은 131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수입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0.6% 감소를 크게 웃돈다. 무역지표가 크게 악화한 데 대해 해관총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과 춘제(중국 설 명절)를 이유로 들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6.5%’로 제시했다. 지난해 예상치 6.5%에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가 반영된 결과로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무역지표 부진은 전날 ECB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 철회와 맞물리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ECB는 7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현 제로(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내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Ⅲ)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유로존 경제 전망도 1.1%로 기존보다 0.6%포인트나 낮췄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 태세에 돌입하자 ECB도 보조를 맞춰 파격적으로 금융정책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경기 둔화 신호에 8일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0% 하락한 2137.44로 거래를 마쳤고,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01% 떨어진 2만1025.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4시 24분 현재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1.72% 내린 2만8282.66을, 싱가포르 ST지수는 0.93% 빠진 3199.19를 기록 중이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2969.86으로 4.39%나 주저앉았다.
투자자들은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2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기대에 못미치면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2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18만 명 증가로 1월의 30만 명 증가에서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3.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 시급은 전월 대비 0.3% 상승해 1월의 0.1% 상승에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둔화로 ECB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호주 중앙은행이 비둘기파로 이동하는 가운데 자금들이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일본 엔화로 몰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엔화는 달러에 대해 1주일 만에 111엔 밑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