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1시간여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졸기도 했지만, 보석 여부 결정이 임박하자 긴장한 채 재판장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 후에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1억 원 납입, △자택과 서울대병원으로 거주제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조건이 아닌 △보석 보증금 10억 원 납입 △자택 거주제한 △접견 및 통신 제한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구속 만기까지 재판을 마치기 어려운 현실에서,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붙여 보석을 허가했다”며 “특히 엄격한 주거 및 외출 제한과 접견 및 통신 제한을 통해 자택 구금과 유사한 정도의 조건이 부가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주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피고인이 주거 및 외출제한 조건을 준수하는지 1일 1회 이상 확인하고 법원에 통지할 것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0여 분에 걸쳐 논의한 끝에 법원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만기 석방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대통령께서) 4월 8일 만기 시까지 있는 것이 낫지 않냐고 묻기도 했고, 참모진들도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면서도 “보석을 청구한 이유가 더 이상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혹한 조건이지만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가혹한 보석 조건에 대해 잠시나마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처음에는 자신을 증거인멸 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제가 대통령일수록 오해 사는 일을 하지 않고 모범을 보여 달라는 뜻으로 조건을 가혹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보석 조건을)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께서 증인들을 접촉하거나, 관련자를 만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동안 그렇게 행동했다”며 “대통령이 못 지킬 수준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