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본부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가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미특별대표와 미국 행정부에 관련되는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 함께 분석하고 한미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의 미국행은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의 첫 중재자 역할이다. 이번 이 본부장의 방미의 관전포인트는 세가지다. 먼저 이 본부장이 비건 대표와 미국 측 주요 인사를 만나 북미 관계의 불씨를 다시 살릴지 여부다. 특히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의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제재 우회 방안으로 거론되는 안은 대금과 임금을 현물로 지급하거나 에스크로 방식(은행 등 제3자 예치)을 이용해 비핵화 조치 후 찾거나 식량과 생필품 구매에 한해 찾도록 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의 3월 워싱턴 방문 성사 여부다. 애초 성공적 북미 회담을 전제로 3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됐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비핵화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거나 대통령 대북 특사가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5일 새벽 평양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빅딜’안을 놓고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평양 도착 소식을 전하면서 “세계의 커다란 관심과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제2차 조미수뇌회담과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한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문판에는 ‘2차 조미수뇌회담’ 문구를 빼 회담 결렬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나타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 A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의 비핵화 단계 평가와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추진 입장이 미국의 대북 정책과 상당한 입장차가 있어 자칫 한미 간 불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