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잊은 평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으로 떠난 23일 밤 평양의 모습을 외신들은 이렇게 전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장거리 여행을 떠난 그날, 북한 언론이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에 외신들은 주목했다.
지난 해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때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중국이 빌려준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할 때 북한 언론은 침묵을 지켰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회담’을 마치고 안전하게 북한으로 돌아온 뒤에야 북한 신문과 방송은 주민들에게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언론이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북한을 떠나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신속하게 취재해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베트남 도착 첫 날 소식을 1, 2면을 채워 내보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역사적 해외 이동’을 ‘탁월한 정치력과 뛰어난 외교력의 결과’라고 묘사했다.
김 위원장이 환영 인파에 둘러싸인 모습과 그의 외교정책 관리들과 환담하고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인사를 받는 모습들이 신문에 실렸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외신은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동선과 행적을 신속하고 자세하게 보도할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을 때도 베트남 방송인 VTV가 이례적으로 근접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차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총리 리셴룽을 만날 때는 소셜미디어의 한 방송이 희미한 영상을 내보낸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지금 베트남 방송들은 김 위원장의 행적을 빠르게 편집해 보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 싱가포르, 판문점 등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북한 언론도 유달리 빠른 속도로 그의 동선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정상회담에서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자신감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그의 행보를 알림으로써 북한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지원군을 만들려고 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해외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영상을 주민에게 보여주는 북한 지도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김 위원장은 “내가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말하려고 한다고 외신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