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칭하이성투자집단(QPIG)의 디폴트(채무불이행)는 당국이 자신과 밀접하면서 재정상태가 불안한 업체의 채무상환에 개입해온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QPIG는 22일이 만기였던 달러화 표시 회사채 이자 지급에 실패했다. 해당 이자에는 유예기간이 설정돼 있지 않아 사실상 디폴트를 낸 것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G)는 지난해 12월 중순 QPIG를 ‘부정적 신용관찰’ 대상에서 제외했다. S&P는 QPIG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에서 4단계 아래인 ‘B+’로 평가했으나 “QPIG가 유동성이 약해도 지방정부의 계속되는 지원에 앞으로 1년간 단기 부채를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자금 지원 관례를 깨면서 S&P의 가정이 어긋나게 됐다. 22일의 디폴트는 과잉공급으로 골머리를 앓는 산업에서 중국 관리들이 지원에 소극적으로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개월 간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많은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공산당 지도부는 22일 정치국 회의에서 재정적 리스크를 다루는 것이 올해 우선과제로 남아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QPIG를 칭하이성 산하 ‘지방정부자금조달기관(LGFV)’으로 간주해왔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LGFV를 세워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프라 구축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의 오웬 걸리모어 신용 전략 대표는 “QPIG의 디폴트는 중국 LGFV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결정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며 “그동안 지방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들을 지원해왔는데 이제 그런 관계가 끊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건의 LGFV 디폴트도 시스템적인 리스크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디폴트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디폴트는 1200억 위안(약 134조 원)으로 전년보다 네 배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디폴트를 낸 기업 대부분은 민간기업이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 부문의 그림자금융 위험은 줄었지만 부채 문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3~4%포인트 오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