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에 대한 진전’은 회담 핵심 사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 중 하나다. 지난달 발표된 ‘세계위협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회담과 마찬가지로 비핵화 시기와 범위 절차 등에 대한 확고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낙관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남북 경제협력을 북미 협상 카드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분석했다.
이어 WP는 한국·일본 비관론자들의 말을 인용해 “하노이에서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 없이 ‘작은 거래’를 성사하는 데 그친다면 오히려 북한의 실질적인 핵 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가시적인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동맹국들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미국의 역할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게 WP의 분석이다. WP는 “위협을 느낀 동맹국의 대북 강경파가 자국 핵 개발을 요구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 정부에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경우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 조치’도 예상 핵심 사안 중 하나다. WP는 연락 사무소 설립 및 인도주의적 원조 물품 제공과 같은 간단한 조치 이상의 대응은 미국과 동맹국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미국에 줄곧 비핵화의 대가를 요구해왔다. 그중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 제거’를 촉구했다. WP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대응 조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15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이 중요하다는 데 확고하게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의 주둔은 철통같은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로, 종전 선언이나 평화 협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 군사력에 변화가 없는 만큼 한미연합군은 필요 시에 한국의 방어를 위해 당장 싸울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은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WP는 그 이유로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 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대 행위가 끝났다는 단순한 선언만 나와도 북한과 동맹국 모두 주한미군의 목적과 한반도 내 미 전략자산에 대한 의문을 품을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설명했다. 한국·일본을 제외한 기타 동맹국들 역시 미국에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져올 부작용도 동맹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서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양국 모두 평화체제의 구체적 요소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간 외교·경제·군사 교류 활성화, 북한 체제 보장, 한반도의 비핵화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 지역의 안보 환경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맹국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WP는 특히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협의·조율을 우선시하는 신호를 보여야한다”며 “이는 동맹국을 안심시키고 광범위한 다자간 협상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중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돌발카드’를 꺼내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주한미군·미 연방정부와의 협의 없이 나온 변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협상 스타일을 경험한 바 있는 동맹국들은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