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를 두고 영국 내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영국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RUSI)가 영국 통신 시스템에 화웨이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순진’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USI가 이 보고서를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7일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영국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영국이 ‘반화웨이’ 노선을 구축 중인 미국과 마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국방 싱크탱크가 “영국이 5G 인프라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경우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약 30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한 전직 외교관 찰스 파튼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영국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면 중국 정부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놓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영국 정부는 좀더 매파적(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5G 네트워크망에 화웨이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순진한 것이고, 거칠게 말해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이 영국 보안 시스템과 화웨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운영하는 특별 감독위원회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이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튼은 “영국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비슷한 형태의 산업 스파이 행위를 발견했다”며 “영국 정부가 러시아를 다루는 수준처럼 베이징도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밀 정보를 제공할 요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중국의 전통적인 스파이 행태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중국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중국과 무역관계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부드러운 노선을 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국방장관 개빈 윌리엄슨은 영국이 중국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경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