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그 전제로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먼저 헌법 개정 발의에 찬성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 발의의 열쇠는 자민당이 아니라 자민당의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쥐고 있다. 자민당의 파트너인 공명당은 개헌에는 아직 신중한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개헌에 합의를 못한다면 헌법 개정 자체가 물 건너간다.
아베 총리가 제기한 개헌안의 핵심은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포기를 명기한 헌법 제9조 제1, 2항을 유지하면서 제3항을 신설해 일본의 자위대 보유를 명기한다는 안이다. 그러나 공명당은 헌법 개정을 위한 아베 총리와의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고 입헌민주당 등 주요 야당들도 아베 정권에서의 개헌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올해 정기국회는 이미 시작됐지만 개헌 발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절망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개헌세력인 3분의 2를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베 총리의 3선 임기 내의 개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헌을 둘러싼 아베 총리의 발언은 최근 몇 년간 일본 정국의 변동과 더불어 변화했다. 2017년 5월에는 개헌파 집회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2020년을 신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겠다고 하면서 자위대 위헌론을 없애기 위해 제9조 제1, 2항을 남기고 제3항을 신설해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다고 선언했다. 그 후 두 가지 학원스캔들로 아베 정권이 흔들렸을 때는 개헌에 관한 논의 자체가 후퇴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전에 자민당이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시 개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헌 절차를 보면 개헌을 위한 각 당 협의로부터 국회 발의까지는 잘 추진돼도 약 1년이 걸린다. 또 그 후의 국민투표에서 개헌 찬성이 50% 이상 나와야 하며 그로부터 신헌법 공포까지 또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2020년 개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번 가을의 임시국회에서 개헌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아베 총리의 임기가 만료될 2021년 9월까지 개정된 헌법을 공포한다는 경우에도 올해 가을의 임시국회에서는 각 당의 심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시간이 안 된다.
그리고 현재 아베 총리에 있어 최대의 난관은 올해 여름의 참의원 선거다. 이번에 개선이 될 자민당 의석수는 65명인데 “자민당은 노력해도 50의석대 전반, 혹은 잘못하면 50의석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의원에서 개헌세력 3분의 2를 실현할 수 없을 경우 아베 총리 퇴진론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할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12년에 한 번 있는 참의원 선거와 통일지방선거 양쪽이 실시되는 해다. 통일지방선거는 4월, 참의원 선거는 7월 치러지는데 이런 경우 지방선거의 피로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고전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12년 전 제1차 아베 내각 때 치러진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몇 가지 스캔들이 터지면서 결과는 37의석 확보라는 역사적 참패였다. 두 달 후 아베 총리는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12년 전과 비슷한 전개가 되지 않을까 아베 총리 측은 악몽의 재래를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는 중의원까지 해산해 중의원과 참의원 동일(同日)선거를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왜냐하면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일선거를 실시할 경우, 야당들은 입후보자가 부족하거나 선거 협력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서 결국 자민당이 압승한 것이 그동안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만약 아베 총리가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일선거를 단행해, 중의원에서 안정 다수, 참의원에서도 50의석대 중반을 확보한다면 임기 내의 개헌 실현도 가능해진다.
아베 총리에 있어 헌법 개정은 ‘정치인으로서의 비원’이므로 개헌을 단념한다면 정권을 유지하는 이유가 없어진다. 아무튼 올해가 아베 총리의 정치 생명이 걸린 해라는 데 아무도 이론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