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다시 주목받는 GDP갭.. 분모값 낮춰 또 끌어올릴 듯

입력 2019-02-17 18:10 수정 2019-02-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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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결정에도 주요 변수... 상반기 중 잠재GDP 수정 발표, 7월 금통위 주목

“작년에…, 금리는 왜 올렸나요.”

경제성장률 격차(GDP갭)가 2020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올 상반기도 종전 -0.04%에서 -0.28%로 마이너스 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오면서 모 증권사 경제전문가(이코노미스트)가 기자에게 되물은 말이다.

GDP갭 상황은 그동안 한은 통화정책 결정에 상당 부문 영향을 미쳐온 변수다. 한때 상당 기간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에도 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판단 변화가 주목받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은 금통위 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면서 금통위 의사록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GDP갭이란 실제GDP와 국민경제의 포괄적 생산능력 또는 균형생산 수준인 잠재GDP와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플러스라는 것은 실제GDP가 잠재GDP를 상회하는 것으로 수요 측면에서는 물가 상승압력이 발생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실제GDP가 잠재GDP를 밑도는 상황으로 물가 하락압력이 생긴다. GDP갭 추정방법에는 시계열 접근법과 생산함수 접근법, 구조적 모형 접근법 등이 있다. 한은은 이 중 생산함수 접근법에 시계열 접근법 등 추정치를 보조지표로 활용해 산출하고 있는 중이다.

◇2012년 7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통방 문구에도 등장 = GDP갭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12년 7월부터다. 당시 GDP갭이란 문구가 통방 문구에 삽입되면서 전격적으로 금리인하가 단행됐었다. 당시 문구를 보면 “국내 경제는 유로지역 리스크 증대, 주요 교역 상대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GDP갭이 상당 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였다. 즉, 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함에 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GDP갭이란 단어는 이후 2015년 5월 통방까지 2년11개월간 계속됐으며, 같은 기간 6번의 금리인하가 이뤄졌다.

이후 2015년 6월 수출 부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영향으로 추가 인하가 이뤄졌지만 GDP갭 문구는 통방에서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일부 문구가 빠졌는데 그 지표를 중시 안 하는 게 아니고 안 보는 게 아니다. 이 달에는 그 외에 다른 지표, 중히 여기는 그런 지표가 있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말하다가 이 표현이 빠진 것이다. 더 이상 이 지표를 안 본다 그런 뜻에서 빠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GDP갭 마이너스가 꽤 오랜 기간 이어졌고 또 향후에도 상당 기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부담을 느낀 한은이 관련 문구를 뺐다는 게 당시 중론이었다. 실제 2015년 5월 통방에서 “GDP갭의 마이너스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었다.

GDP갭 문구가 통방에서 빠졌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전후해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GDP갭 문구는 단골처럼 나왔다.

우선 작년 10월 의사록에서는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이 “GDP갭도 제로(0) 내외의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데 이어, 고승범 추정 위원도 “GDP갭과 인플레이션갭 추정으로 볼 때,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되나, 실물경제 상황과는 달리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금리인상이 이뤄진 그해 11월 의사록에서 고승범 추정 위원은 금리인상에 찬성하면서도 “GDP갭이 소폭이나마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었다. 그는 올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GDP갭이 소폭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턱 낮춰 GDP갭 개선, 기준금리 향배 7월 분수령 =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 낮추고 있는 중이다. 실제 지난해 7월 2.9%에서 2.8%로 낮추기 시작해, 작년 10월 2.7%로, 올 1월 다시 2.6%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경제가 좋아지기보다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총재는 “한국은행에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8% 내지 2.9% 수준으로 추정을 한 바 있다. 이 추정치를 2년 전에 발표했었다. 그렇지만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예를 들면 2.7%나 2.6%는 그렇게 잠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에 가장 적극적 입장을 보이는 이일형 추정위원도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대내외 구조적 문제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 혹은 이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올 상반기 중 잠재성장률을 새롭게 추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잠재성장률 하향조정이 기정사실화하면서 GDP갭의 마이너스 폭 또한 개선 내지는 플러스 전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은은 2017년 7월에도 잠재성장률을 하향조정하면서 GDP갭률이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2.8% 내지 2.9%로 예측함에 따라 마이너스 GDP갭은 2017년 상반기 -0.45% 수준에서 -0.2%로, 2018년 상반기 -0.425% 수준에서 -0.25%로 각각 축소됐었다.

한편 한은은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내심’을 언급하는 등 최근 비둘기파(통화완화)적으로 입장이 변했지만, 올 연말 정책금리 전망에 대한 연준과 금융시장 간 격차가 크다고 봤다.

시장 기대와 달리 연준이 연내 단 한 번이라도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은 기준금리(1.75%)와의 금리 역전폭은 100bp(1bp=0.01%포인트)에 달한다. 실제 자본유출 가능성과는 별개로 한미 금리차 100bp는 심리적으로 부담스런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윤면식 추정 위원은 “미 연준 정책금리와의 격차 확대에 따른 일반의 불안심리 완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며 금리인상에 손을 들었었고, 올 1월 금통위에서 고승범 추정 위원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기간이 길어지거나 역전 폭이 확대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잠재성장률을 낮춰 GDP갭 마이너스 폭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부합한다면 한은도 가계부채라는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해 추가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기는 이르면 올 7월 금통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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