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실업자는 지난달 1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00명 증가했다. 1월 기준으론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한 구직단념자도 60만5000명으로 5만2000명 늘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장기실업자 및 구직단념자가 증가한 배경 중 하나로는 수요 부족이 꼽힌다.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충분한 상황이라면 특정 산업에서 실업자가 급증해도 다른 산업에서 실업자들을 흡수할 여지가 있다. 지금은 지난해 2월부터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서 취업자가 급감하고 실업자가 늘었지만, 다른 산업에서 이를 상쇄할 만큼의 일자리가 공급되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의 실업률 상승은 노동수요 부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이전까진 실업자들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일자리 공급이 끊긴 기존 산업에 머물면서 실업률이 오른데 비해 최근엔 수요 부족이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요 부족은 빈 일자리 수가 구직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수요 감소의 원인으론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상승과 민간소비 둔화가 꼽힌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 상승에 취약한 영세사업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10만 명 이상 취업자 감소가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민간소비는 1% 증가할 때 실업률은 0.12%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지난해 1분기 5.0%까지 올랐던 소매판매 증가율은 2분기 4.7%, 3분기 3.9%, 4분기 2.9%로 축소됐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 증가는 사실상 재정 효과인데, 이런 형태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시장을 기반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분야가 정보통신이나 전문·과학 쪽인데, 두 산업은 고용시장 내 비중이 작고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업 종사자들을 흡수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