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배당 관련 정관변경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을 결정했다.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본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남양유업을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배당정책과 관련해 주목해 왔다.
남양유업은 최근 3년간 주당 1000원의 배당을 유지해 왔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3.2%, 2.3%의 배당성향을 이어왔다. 2017년 17%까지 배당성향이 오르기도 했지만, 이는 어닝쇼크에 따른 순익 감소의 영향일 뿐 실질적인 배당 확대 정책은 없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배당 평균(18.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회사가 짠물 배당을 하면서 수익은 다 챙겨간다”는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이런 불만이 홍 회장에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51.68%의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의 막강한 영향력 속에 챙겨 가는 수익도 상당하다. 특히 2017년 어닝쇼크 당시 거둬들인 수익이 눈에 띈다.
당시 남양유업의 연결 영업이익은 50억8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7.85% 감소했다. 전년 대비 거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같은 기간 홍 회장의 연봉은 18억8000만 원에서 16억1900만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분 대비 홍 회장 급여 감소분은 0.71%로,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이 1억 원 줄어들 때 홍 회장의 월급은 5만9100원 줄어든 꼴이다. 어닝쇼크 직후인 지난해 연봉 역시 16억170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짠물 배당 속에 오너 잇속만 챙긴다는 주주들의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배당금 역시 당시 8억5500만 원 중 4억4000여만 원은 홍 회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시장에선 홍 회장의 과반 지분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효과가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과 함께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속했던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최근 배당성향을 대폭 올리고 향후 3년간 유지할 계획도 밝혔다. 정교선 회장의 지분이 20%대에 그치고 국민연금은 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견제가 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반면 남양유업의 경우 국민연금의 지분이 6.15%에 그쳐 주주제안이 주총에서 통과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배당정책이 아닌 감사선임을 중심으로 하는 주주제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적정배당을 위한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더라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며 “정관변경 대신 역량 있는 감사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남양유업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 왔다”며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밝혀 국민연금과의 줄다리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