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시의 개발사업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 한마디에 혼란을 겪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7월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와 용산을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박 시장의 일방적인 개발 계획에 제동을 걸었고, 국토교통부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박 시장은 발표 한 달 만인 8월 여의도·용산 개발을 전면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의 개발 계획 발표 이후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개발 호재에 이미 폭등한 상태였고,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부동산 가격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며 “개발 보류 조치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수년간 진행되던 을지로·청계천 일대 재개발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재개발로 인해 수십 년 된 서울 중구 입정동 ‘공구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박 시장이 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을지로·청계천 일대 재개발 사업은 박 시장 재임 기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던 사안이다.
공구거리 일대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속해 있다. 당초 시행사는 이곳에 지하 8층~지상 26층, 390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유명 맛집 ‘을지면옥’을 비롯한 오래된 가게(노포)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결국 서울시가 계획했던 주택 8만 가구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노포들이 포함된 세운3구역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8개 구역 중 가장 크다. 노포들이 있는 3-2·6·7구역과 3-3·8·9구역 개발 일정이 지연되면 새로 지을 공동주택 1775가구의 준공 시점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논어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이 나온다. 직역하면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소문은 빨리 퍼지므로 말 조심을 하라는 의미이자,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한 구절이다.
서울시장은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장 중 하나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1/5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를 이끌고 있는 책임이 무거운 자리다. 서울시의 결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이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말 한마디’ 때문에 불필요한 혼란을 겪는 일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