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 브렉시트’ 현실화하나...미국 기업들, 잇따라 경고

입력 2019-02-11 13:12 수정 2019-02-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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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마틴·익스피디아 등 SEC 제출 보고서에 리스크 공식 명시…영국·EU, 이견 못 좁혀

▲영국 런던 의회의사당 앞에서 7일(현지시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사람이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 의회의사당 앞에서 7일(현지시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사람이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가 아무런 합의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노 딜(No Deal) 브렉시트’로 해외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브렉시트 기한은 오는 3월 29일로 앞으로 약 7주 가량 남은 상황. 일부 S&P500 기업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노 딜 브렉시트’ 리스크를 공식 명시했다고 FT는 전했다.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식품업체 맥코믹,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등이 경고장을 낸 업체들이다. 록히드마틴은 8일 발간한 보고서의 ‘리스크 요인’ 항목에서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영국 정부의 우리 제품 구입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맥코믹은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해 국경 검문이 강화돼 영국으로의 수출입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익스피디아는 브렉시트 방식과 시기에 관한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노 딜 브렉시트’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외환시장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로펌 관계자들은 이번 어닝시즌에 실적을 발표한 미국 대기업 대부분이 노 딜 브렉시트 위험을 점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소재 로펌 프레시필즈브룩하우스데링거의 발레리 포드 제이컵 파트너는 “SEC가 자국 기업들에 브렉시트 리스크에 대해 더욱 상세하게 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은행과 다른 금융사들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브렉시트에 대비해 왔지만 다른 부문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지난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합의 최대 쟁점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문제 안전장치를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메이 총리의 재협상 요구에도 융커 위원장은 안전장치를 다시 논의하는 일은 없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직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EU와 영국 경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EC는 지난 7일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의 1.9%에서 1.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독일 할레경제연구소(IWH)와 마틴루터대학은 최근 공동 연구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자동차와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독일 내 1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은 독일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대영국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 7일 올해 자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7%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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