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조업 수출 국가 중 한국의 수출 단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에 비해 40포인트(P) 낮고,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와 대만에 비해서도 17P가량 떨어진다. 우리 수출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세계무역기구(WTO) ‘월별 공산품 수출·수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물가지수는 2018년 11월 73.6이다. 미국 117.3, 캐나다 117.7, EU 115.0, 스위스 164.2, 일본 86.0, 대만 90.3, 싱가포르 90.3으로 한국보다 다 높았다. WTO는 세계 제조업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이들 9개 국가·지역의 수출물가지수를 달러화 기준으로 집계한다. 2005년 1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각국의 수출물가지수를 100으로 설정한 뒤 매달 증감률을 반영한다. 2005년 2월에 수출물가지수가 전월(100) 대비 10% 하락했으면 2월 지수는 90이고, 10% 상승하면 110이 된다. 3월엔 2월과 비교해 계산을 한다.
2005년 1월 100에서 시작해 ‘U’ 자를 보인 한국 수출물가지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0대로 떨어졌다. 이후 세계 경기 회복세와 함께 반등했지만, 80대에 머물렀다. 2015∼2016년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60대까지 하락한 뒤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초호황기와 유가 상승 등의 덕분으로 상승 흐름을 탔지만 최근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EU, 스위스 등은 탄탄한 수출물가지수를 유지하고 있고 대만과 싱가포르도 우리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중국은 마지막 집계인 2012년 10월 132.8을 기록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아 높은 수출가격을 중국의 경쟁력과 바로 연결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긴 하다.
100 이상 지수를 보인 국가들은 수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거나 수출 가격이 높은 품목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출물가지수가 가장 낮은 이유는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자동차 등 수출 주력 품목이 선진국 품목보다 대외 요인에 취약해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는 2017∼2018년 초호황기를 누렸지만, 그전엔 등락을 반복했다. 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전체 수출을 끌어내리고 있다. 유가가 가격을 좌우하는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셰일 가스 등으로 인해 하향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자동차도 독일, 일본 등보다 가격이 낮고, 비싼 전기차와 SUV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수출물가지수 하락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