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日 토요타는 車 개발에 집중
韓, 유럽과 맞손 선박·철도로 확장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여전히 친환경 자동차로 ‘전기차’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즉 전기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써야 한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반면 수소는 무한하다. 무엇보다 전기분해 과정에서 미세먼지까지 걸러낸다. 완충된 수소전기차를 차고에 주차하면 여기에서 전원을 끌어내 가정에 필요한 전기를 뽑아 쓸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은 일본 토요타와 한국의 현대차가 양분하고 있다. 토요타 수소전기차 ‘미라이’와 현대차 ‘넥쏘’의 기술력 차이는 거의 없다.
현재 토요타 미라이는 전기모터 출력 113㎾를 내는 반면, 현대차 넥쏘는 120㎾를 낸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토요타 미라이(502㎞)보다 현대차 넥쏘(590㎞)가 소폭 앞서 있다. 토요타가 이를 간과할 리 없다. 현재 개발 중인 미라이 후속 모델은 700㎞가 넘는 주행거리를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기술력보다 시장 선점이다. 초기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판매가 많아야 한다. 충전방식과 안전기준 등 국제표준을 먼저 쥐고 이를 바탕으로 대량 양산체제를 갖춰 핵심 부품의 가격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현대차가 독일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토요타는 거대 시장인 중국 정부와 손잡았다. 중국의 수소전기차 보급 및 활성화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에 집중한 토요타와 달리 현대차는 산업 전 분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연간 1000만 대를 판매 중인 폭스바겐 그룹과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에 협력하면서 유럽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선박과 철도, 산업기계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토요타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일본 정부가 주도한 ‘수소전기열차’에 대해 기술협력을 거절했지만 현대차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현대차는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을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연간 70만 기 수준의 연료전지 스택을 생산하고 이 가운데 20만 기는 외부에 판매할 예정이다. 나아가 최근 우리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사업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친환경 ‘수소전기열차’ 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래 수소전기차 패권은 초기 시장 확대에 달려 있다. 시장을 선도 중인 한국과 일본 메이커의 기술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만큼, 향후 시장 주도권은 기술력은 물론 경영 전략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토요타와 현대차가 근소한 격차를 벌이는 가운데 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치킨 게임’의 경우 양사 모두 출혈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양사 공동의 국제표준화 제정 등이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