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양자암호 기술에 공들이는 까닭은

입력 2019-02-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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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원천봉쇄 5G 핵심기술… 글로벌 주도권 확보

박정호<사진> SK텔레콤 사장이 5G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해킹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통해 5G 보안성을 높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회의에서 제안한 양자암호통신 관련 신기술 2건이 국제표준화 과제로 채택됐다고 7일 밝혔다. ITU-T는 전기통신 관련 세계 최고 국제기구인 ITU의 산하기관으로 통신 분야의 표준을 정한다. 이번 ITU-T 회의에서 채택된 신기술은 △통신망에서 양자키 분배 활용을 위한 시스템 △양자키 분배를 위한 기존 암호화 체계 활용 방법 등 2가지다. 두 기술 모두 통신망에 양자암호를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해 9월, ITU-T에서 국제표준화 과제 2건을 채택받아 모두 4건의 양자암호기술 관련 국제표준화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화 과제를 4건 이상 수행하는 기업은 세계에서 SK텔레콤이 유일하다.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박정호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박 사장은 취임 후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공공연히 강조해왔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네트워크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Quantum, 더는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의 특성을 이용한 통신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서 정보를 가로채려 시도할 경우 송·수신자가 이를 알 수 있어 해킹(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박 사장이 취임한 이듬해 SK텔레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5x5mm)의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개발했다. 지난해 2월 박 사장은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위인 스위스의 IDQ사를 인수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같은 해 7월에는 유럽을 선도하고 있는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알렸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네트워크 시험망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적용했다. 올해 도이치텔레콤 장거리 통신 및 상용 네트워크에도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적용하고, 유럽 내 B2B(기업용) 사업 협력을 추진한다.

박 사장은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도이치텔레콤 CEO(최고경영자)인 팀 회트게스 회장을 초청해 5G 등 뉴 ICT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논의했다. 박 사장은 이번 회동을 통해 도이치텔레콤이 SK텔레콤 양자 암호통신 전문 기업 IDQ에 투자를 약속 받아냈다. 양사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금융, 공공 기관 등에 대한 데이터 침해 위협에 대처하고, 짧은 시간이라도 데이터 전송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5G 특화 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도이치텔레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5G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미래 혁신 산업에서 양사의 기술력과 인프라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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