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의 코스닥 상장사 라이트론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중개를 두고 뒷말이 무성히다. 특히 중개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사전 유출해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구체적 증언들이 나오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지난 22일 개장 전 라이트론 최대주주 특별관계인으로 등재된 재무적투자자(FI) 4곳이 보유한 13.48% 지분에 대한 블록딜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가 활용됐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B 업계 관계자는 30일 “(라이트론이) 코스닥 소형주다 보니 기관이 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주관 증권사가 할인율도 15% 수준으로 높게 책정했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련 호재 나올 예정이니 받으라’고 세일즈했다”고 말했다. 블록딜 흥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은 물론 미공개 호재도 알려줬다는 주장이다.
실제 라이트론 자회사 메타비스타 관련 소식은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 NASA 웹사이트에 게재됐지만 한 달 뒤인 블록딜 거래 당일 알려졌다. 특히 블록딜 거래 직후에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주관 증권사와 회사 측이 FI들의 차익 실현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NASA는 지난해 12월 20일 ‘우주탐사시스템 지원을 위한 혁신적인 액체수소 저장기술’을 통해 세계 최대 용량 액체수소 탱크 저장기술인 ‘IRaS’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22일에서야 해당 기술이 지난 2001년부터 백종훈 메타비스타 대표가 개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즉 라이트론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자회사 소식을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야 공개한 셈이다.
회사는 22일 장 마감 약 30분 전인 3시 5분께 오 대표의 특별관계자인 ‘에스제이인베스트먼트’, ‘케이티투자파트너스’, ‘에르메온파트너스’, ‘와이티글로벌네트웍스’ 등이 라이트론의 주식 191만 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특별관계자의 대량 매도가 발표된 후 급등세를 달리던 주가는 제동이 걸렸고, 주가는 이날을 포함해 23일까지 급락했다. 회사 측은 올해 초 해당 소식을 메타비스타를 통해 들었고, 번역 시간 등이 소요돼 해당 호재 발표 시점이 다소 늦어졌다고 주장한다.
한양증권 측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세일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요즘 블록딜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 문제에 민감해 한다”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세일즈하면 거래상대방이 받으려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렇게 딜을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재도 아니고 호재를 한달 동안 묵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회사(라이트론) 주장대로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시장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시점에 그러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이트론 주식 거래량이 평소 많지 않았는데, 블록딜 공시 당일 개장 전 거래량이 급증한 징후가 보였다“면서 ”미공개 정보를 블록딜에 이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