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탕을 주문하고서 “고니 좀 서비스로 주세요”라고 하면 생선 내장이나 알을 따로 듬뿍 내오는 인심 좋은 음식점이 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필자가 사는 전주에는 그런 음식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입말로 ‘고니’라고 하지만 실은 ‘곤이’가 맞는 말이며 한자로는 ‘鯤鮞’라고 쓴다. ‘곤이 곤’, ‘곤이 이’라고 훈독하는데 국어사전은 ‘곤이’를 “물고기 배 속의 알”, “물고기의 새끼”라고 풀이하고 있다.
중국 최초로 나라별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라는 책이 있다. 공자가 천자국인 주(周)나라에 속한 하나의 제후국인 노(魯)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춘추(春秋)’라는 책을 지었는데, 이에 대해 좌구명(左丘明)이 구체적인 풀이를 더해 ‘전(傳)’을 붙인 것이 ‘춘추좌씨전’ 즉 후대에 ‘춘추좌전’으로 통칭되는 책이다. 그런데 좌구명은 ‘춘추좌전’에 누락된 내용을 따로 모아 또 하나의 역사책을 엮었으니 그것이 바로 ‘國語’라는 책이다. 이러한 까닭에 ‘國語’는 달리 ‘춘추외전(春秋外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國語’의 ‘노어(魯語)’ 부분에 “어금곤이(魚禁鯤鮞:고기잡이에서 곤이를 잡는 것을 금했다)”라는 말이 나온다. ‘鯤鮞’라는 말이 처음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 때의 학자인 위소(韋昭 204-273)는 주를 통해 ‘鯤’은 ‘어자(魚子)’ 즉 ‘고기새끼(알)’라고 풀이하였고, ‘鮞’는 “미성어(未成魚)” 즉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고기’라는 풀이를 하였다.
문자의 구조로 보아도 ‘鯤’은 ‘魚(물고기 어)’와 ‘昆(자손 곤)’이 합쳐진 글자이니 ‘고기새끼’ 즉 ‘알’이라는 풀이가 맞고, ‘鮞’는 본래 ‘鱬’라고 썼으니 ‘魚’와 ‘需(=孺:젖먹이 유)’가 합쳐진 글자로서 ‘젖먹이 물고기’ 즉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물고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鯤鮞’는 물고기 배 속의 알과 아직 자라지 않은 어린 물고기라는 뜻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