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벤처캐피탈(VC) 투자액이 지난해 2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6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아시아 기반 VC 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인터내셔널이 28일 발간한 ‘Venture Pulse Q4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VC 투자액은 254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환율기준 약 284조 원으로, 2017년 1740억 달러 대비 46%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 연간 VC 투자액은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지역에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 기반의 VC 투자는 935억 달러로 전년(652억 달러) 대비 43.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이동 삼정KPMG 전무는 “2018년 4분기에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 바이트댄스와 인도의 음식배달기업 스위기,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인 도코피디아,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그랩 등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VC 투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VC 투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대체에너지차량, 생명공학에 집중됐다.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흥국의 경우 브라질과 콜롬비아, 멕시코,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80억 달러 이상의 VC 투자가 유치됐다.
KPMG는 신흥시장의 VC 투자가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소액대출이나 송금서비스 등 은행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 등 핀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는 올해 강력한 기업공개(IPO)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와 리프트를 포함한 대형 스타트업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고, 홍콩 증권거래소의 기술 및 바이오 분야에서 대한 IPO 규정 완화에 따라 아시아에서도 IPO 활동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서클과에이든, 파페치 등을 포함해 유럽에서도 IPO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기업은 지난해 94개로 전년(53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53개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26개)와 유럽(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의 유니콘기업 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지난해 영국과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이스라엘 등에서 1개 이상의 유니콘기업을 배출했다.
한편 VC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거래량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분기 VC 투자액은 총 645억 달러로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분기별 투자액을 보였다. 하지만 거래량으로는 3048건이 이뤄져 2012년 3분기 이후 25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KPMG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의 자금력은 탄탄하지만 투자방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시리즈B) 등 어느 정도 안전한 투자처에 VC 자본이 몰릴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