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과제로 받은 연구개발비 일부를 부정 집행한 바디텍메드가 한국산업기술관리평가원(이하 산기평)으로부터 정부지원금 환수 조치를 받을 전망이다. 환수금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국책과제 참여 제한 등 행정적 처분이 뒤따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산기평은 조만간 바디텍메드 조사를 마무리하고 연구개발비 부정 집행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산기평은 지난해 말 현장점검을 통해 6년간의 연구개발비 집행 현황을 들여다봤고 3억 원가량을 불인정금액으로 추정했다.
산기평 감사실 관계자는 24일 “국고 환수 규모나 제재 수위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며 “조만간 조치할 방침으로 제재가 확정돼도 내용은 원칙상 공표하지 않으며 해당 회사에만 따로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의혹을 제기한 젠바디의 문모 연구원은 작년 11월 산기평에 연구수당 일부를 회사가 착복해 연구원에게 인건비(급여)로 지급했다는 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17년간 바디텍메드에서 근무했다. 문 연구원에 따르면 회사는 연구수당이 지급되는 달에 기존 급여에서 연구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입금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연구수당만큼의 금액을 연구원이 손해 보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사업비 요령 제31조에 따르면 직접비에 속하는 연구수당은 과제수행과 관련된 총괄 책임자와 참여 연구원의 보상, 장려금 지급을 위한 비용을 말한다. 인건비(현물 및 학생 인건비 포함)의 20% 범위에서 산정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인건비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연구수당으로 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전체 국책과제 규모(연간 약 100억 원)에 비해 부정집행 금액(3억 원)이 크지 않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입장이지만, 사후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비 부정사용 행위에 대해서는 지원금 환수 외에도 적게는 1년부터 최대 5년간의 전 부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이나 제재 부가금 부과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전 연구개발비 횡령 사례들에 비춰볼 때 연구수당이 회사 대표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연구원 급여 항목 등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제재는 경미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혁신클러스터사업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들에서 기업의 국책과제 참여가 5년간 제한됐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환수 금액도 전액이 아닌 대상 금액으로 한정될 것”라고 귀띔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에 앞서 바디텍메드가 젠바디 문 연구원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연구개발 자료 및 기술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가 충분치 않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강원지방경찰청 춘천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약 3개월의 조사를 거쳐 문 연구원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리고 이달 중순 춘천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 측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이유로 판단 근거에 대해선 함구했다. 검사는 경찰 수사 자료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확정하며, 이후 재판으로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