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SDI 임원을 영입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라는 중책을 맡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SDI의 안순호 전무를 지난달 채용해 배터리 개발 담당 글로벌 대표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안순호 전무는 LG화학 배터리연구소 연구위원(상무)으로 재직하다가 퇴직 후 1년이 조금 넘은 2015년 삼성SDI 배터리연구소의 차세대연구팀장(전무)으로 이직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후발주자인 삼성SDI는 LG로부터 핵심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안 전무는 LG에서 17년간 잔뼈가 굵은 배터리 전문가다.
안순호 전무가 삼성SDI에 있던 시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가 일어났던 2016년과 겹친다. 그러나 안 전무가 그때의 대실패와 연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첨단 기술 연구 인력이 이직할 때는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1~2년의 유예 기간을 두나 이번에 안 전무는 바로 애플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했다. 블룸버그는 그가 삼성SDI에 있을 당시 리튬이온배터리 팩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안 전무를 영입한 것은 애플이 공급망 업체들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업계에서는 풀이했다. 이미 애플은 미래 기기에 필요한 차세대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도 자체 개발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가 현재 애플 아이폰 등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심지어 지난해 2월 배터리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를 광산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하고자 협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핵심 원자재가 공급난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으로 미리 나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안 전무 영입 소식은 지난해 애플이 코발트 구매를 시도한 배경을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애플과 안 전무 모두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