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안전연구원(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실증도시 ‘K-City(K-시티)’를 찾았다. 허허벌판에 들어선 시험장에는 극장과 음식점, 우체국 등 다양한 입간판을 단 가상의 건물이 늘어서 있다. 마치 작은 도심을 연상케 했다.
K-시티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다양한 안전장비 실험을 위해 만들었다. 교차로와 주차 공간은 물론 버스정류장과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고속도로, 터널까지 갖추고 있다. 가상도시이지만 도로와 진입로, 톨게이트 등은 실제와 동일하게 세웠다.
2017년 8월에 착공한 K-시티는 4개월여 만인 지난해 초 5G 통신망을 구축했고, 12월에 전 구간을 개통했다. 부지 규모만 36만㎡(약 11만 평)에 건설 예산만 125억 원이 들었다.
최초의 자율주행 실험도시는 2015년 미국 미시간대학에 들어선 M-시티다. 실제 M-시티에는 무인자동차가 셔틀로 운행된다. 이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쌓는 중이다. 다만 3세대 통신을 바탕으로 시가지 운행(최대 실험시속 72㎞)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K-시티는 자동차 전용도로는 물론, 도심과 스쿨존, 국도, 자율 주차공간 등 5가지 종합 환경평가를 치를 수 있다. 4G LTE는 물론 5G통신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건설 비용은 양쪽이 비슷하지만 실험장 규모는 K-시티가 3배 가까이 크다.
실험 구간도 14곳이나 된다. 다양한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데 관심은 이제 막 상용화가 시작된 5G에 몰려 있다.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홍윤석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자율주행실장은 “실제 자율주행 시험에 필요한 것을 영국, 스위스 등에서 컨설팅을 받아서 구현한 것으로, 세계 최고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실제 도심과 비슷한 모양새에 “야간 자율주행 실험도 가능하냐”고 물으니 공단 관계자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향후 폭우와 폭설을 포함해 야간 테스트까지 치를 수 있도록 K-시티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코스는 스쿨존이다. ‘안전초등학교’라고 이름 지어진 작은 건물 주변에 어린이 보행 안전구역이 설정돼 있다. 자율주행차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지 시험할 수 있다.
뒤이어 회전교차로를 만난다. 자율주행차가 복잡한 도로 상황을 인지하고, 차량 간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한다. 이곳 도심 교차로 구간은 컨테이너 건물들이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늘어서 있었다. 특이한 것은 상황에 따라 건물을 도로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고, 거꾸로 도로 쪽으로 당겨놓을 수도 있다는 것. 건물 외벽도 실제와 동일하게 유리 또는 불투명 외벽으로 꾸몄다.
K-시티를 가로지르면 고속주행 구간이 나온다. 시속 100~120㎞ 속도로 진입이 가능한지 시험할 수 있다. 진입로 오른편에는 5G 통신 기지국이 존재해 주행차와 진입차 사이의 통신을 담당한다.
톨게이트도 실제와 동일하다. 진출입로 통과, 하이패스 인식 등에 대한 반복 시험도 가능했다. 완만한 고속도로 회전 구간을 통과하자 저 멀리 터널이 나온다. 자율주행차는 터널에 진입했을 때 갖가지 변수와 만나게 된다. 이러한 변수를 미리 확인하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만든 구간이다. 현재는 밝음·어두움에 따른 센서 변화를 테스트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향후 터널 안 통신설비까지 갖출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홍윤석 자율주행실장은 “K-시티는 테스트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혁신성장 지원센터도 설치하고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기술개발 인큐베이팅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래자동차 관련 예산만 1조 원 넘게 책정한 상태다. 관련 규제도 선제적으로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인 만큼 향후 K-시티를 통한 자율주행차 개발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준공식을 통해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자율주행차로 새로운 교통시스템을 구축해 교통사고와 교통체증을 줄이겠다”면서 “관련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K-시티 인접지역에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