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르노에 곤을 해임하고 새 리더십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특히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수일 전 곤의 보석 석방 요청을 거부하자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번 주 프랑스 고위 관리들이 도쿄를 방문해 일본 정부, 닛산 주주들과 곤 회장 교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브루노 르메흐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은 이날 LCI라디오에 출연해 “르노는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며 “주주로서 우리는 수일 안에 이사회를 소집해 새로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가 수립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를로스 곤이 영원히 르노를 지휘할 수 없다면 우리는 새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닛산은 르노의 연합 파트너로, 르노는 닛산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또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다.
닛산이 곤을 회장직에서 해임했을 당시 르노는 직위를 유지하면서 곤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구금이 장기화하자 결국 곤이 직무를 다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수일 안에 해임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소식통들은 르노가 프랑스 정부의 요구에 따라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곤 회장은 지난해 11월 닛산에서 보수 축소 기재 등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되고 나서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미 8주째 구금 상태인 것은 물론 앞으로도 수개월간 석방될 가능성이 낮다.
일본 정부가 곤을 장기간 구금하는 것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의 축출이 닛산과 르노 연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파다하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곤의 장기적인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해소하고 연합을 유지하고자 행동에 나섰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르메흐 장관은 “르노-닛산 연합 이슈는 테이블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곤의 후임으로는 프랑스 타이어업체 미쉐린의 장 도미니크 세나르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으로 언급되고 있다. 곤의 부재에 르노 임시 CEO를 맡고 있는 티에리 볼레르 부CEO가 정식 CEO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소식통은 르노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며 세나르가 회장과 CEO를 모두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닛산 회장직에서 곤 축출을 주도한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CEO는 프랑스 일간 레제코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합을 지지한다”며 “그러나 자본구조에 대한 논의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르노가 모든 사실을 다 알게 된다면 곤을 쫓아낼 것”이라며 “르노 이사들이 모든 문건을 살펴보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