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대한민국이 사기 범죄율 1위이고 2015년 이후 사기 범죄 수가 절도 범죄 수를 앞질렀다는 대검찰청의 범죄 통계 발표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위의 ICO 관련 발언과 사기 공화국이라는 통계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국회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가상화폐 공개, ICO 건들을 보면 사업의 구체성이나 자금 반환 절차 등에서 “크게 미흡하다”며 “당분간 허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고, 일부는 사기에 해당할 여지도 있어 검찰·경찰과 공조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과 법원은 사기 범죄에 대한 판단에 있어 투명해지는 사회를 반영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과 관련해 투자금 또는 대여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사업의 내용 또는 사업체의 운영상 어려움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거나, 전문적인 사업에 있어서 전문 자격증 등이 없는 경우에는 실제 사업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사기로 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업의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한 경우에는 사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검찰과 법원의 사기죄 판단 경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ICO는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주로 백서를 공개하고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집한다.
문제는 코인 발행과 백서 공개에서 시작된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기업이 공개하는 백서를 100% 이해하고 투자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 또는 코인 가치에 집중해 ICO에 임하게 된다. 최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명확한 백서 공개가 없거나 백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활용 가능성이 없는 코인 발행 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ICO 관련 백서를 확인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투자자 보호 관련 약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내용 및 진행 사항에 관한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국적 기업 정서상 다수의 ICO가 사기로 보일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4차 산업혁명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정책과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금융위와 법무부는 투자자 보호를 중시할 수밖에 없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발전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에 있다. 최근 법안의 제출 및 정책 논의 중심이 정부에서 국회로 옮겨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각 정당은 4차 산업혁명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정당의 정책, 국회 토론회를 보면 정치권은 기본적으로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방안이나 백서 검증 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과 입법을 하는 국회에서 ICO의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해 현재의 모습으로 ICO를 허용하게 된다면 이는 사기를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는 사업자가 아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