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일어났던 의사 폭행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던 터라 의료계 안팎의 충격은 더 크다.
의료진들 사이에선 임 교수의 숭고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애초부터 병원 내 있어야 할 안전망의 부재로 대형병원 응급실 폭행사건은 비일비재했다. 대형병원보다 안전체계가 취약한 중소형 병원은 폭언, 폭행, 협박, 갈취 등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는 게 의료 현장의 전언이다.
기자와 얘기를 나눴던 한 의사는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서비스의 질이 병원의 흥망성쇠를 가름하기 때문에 환자들과 연관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스스로가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병원 서비스가 강화되는 것과는 반대로 의료진은 환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위험에 노출돼도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감내해야 할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정치권이 나서 임세원 법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 의료계에는 위안이다. 최근 ‘의료기관안전기금’ 설치를 위한 법률개정안(의료법, 국가재정법,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와 함께 청원경찰 상주 등 다양한 안전망이 마련될 전망이다.
임 교수가 떠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의료계 안팎에선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그를 추모하는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의협도 1월 한 달을 고 임세원 교수 추모의 달로 정했으며 그의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독자들에게 새삼 재조명되기도 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친절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임 교수의 책 속 회고처럼 이번 사건이 의사와 환자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고 임세원 교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