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부회장은 9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증인소환장은 폐문 부재로 전달되지 않았다. 법원은 수차례 소환장 전달을 시도했으나 끝내 소환장 전달에 실패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재판부의 통화·문자 등에도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증인이 불출석하자 재판부에 “소환에 불응하니 법원에서 구인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인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다만 재판장은 “이학수 증인이 꼭 왔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형사소송법 제152조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아니하는 증인은 구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소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구인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날 재판은 이 전 부회장의 불출석으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못해 10분 만에 끝이 났다.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지정해 이 전 부회장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중에서도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무거운 혐의 중 하나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의 진위를 밝힐 인물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은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보유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하던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대납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며 다스의 소송비를 삼성에서 대신 납부하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 과정에서 공개된 진술서에는 “실무책임자를 불러 에이킨 검프(Akin Gump)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비용을 청구하면 잘 도와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이 전 부회장의 자백은 허위 자백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삼성이 대납한 소송비를 뇌물로 간주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반발한 이 전 대통령 측이 항소심에서 이 전 부회장을 가장 먼저 증언대에 세우려고 했으나 이 전 부회장의 법정 증언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