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3월 회계전쟁, 직격탄 맞는 중소기업

입력 2019-01-07 08:37 수정 2019-01-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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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자본시장2부장

회계란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와 같다. 기업을 매년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감사보고서 등으로 평가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결정된다.

어떤 회계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잘 돌아가는 멀쩡한 기업이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죽은 기업이 살아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공정한 회계 기준은 기업과 자본시장, 더 나아가 공정한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요즘 기업과 회계법인 간 마찰이 특히 잦아진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이런 ‘공정함’의 문제로 연결된다. 12월 결산법인은 3월 중순께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제 석 달 정도 남은 셈인데, 감사의견이 적정이 아니면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이제부터 진짜 피 말리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기업들이 회계감사에서 예년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난해 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파문 때문이다. 작년 11월 금융당국은 논란 끝에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 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 삼성바이오이지만,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도 중징계를 받았다. 회계사들은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 결과 요즘 회계법인은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기업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 삼성바이오 건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사안이다.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하는지, 종속회사로 처리해야 하는지에 따라 평가액이 5조 원가량이나 달랐다.

그런데 과정이야 어찌 됐든 회계법인의 잘못으로 분식회계라는 결론이 내려졌으니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판단과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을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기업과 회계법인이 주로 부딪히는 부분은 수익 인식 부문에서다. 예컨대 공사 기간이 긴 건설업체의 경우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당해년도 이익이 크게 변동된다. 결정적으로 2011년부터 전면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은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기존 회계에서는 특정 회사 지분을 50% 이상을 취득하면 지배력을 획득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IFRS상에서는 다른 실질적인 계약 관계가 있다면 명목상의 지분이 50%가 안 되더라도 지배력을 획득한 것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IFRS상에서는 회계법인의 판단에 따라 기업의 수익이 크게 변동될 수 있는데, 움츠러든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기 시작하면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기업은 대응할 능력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회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이가 많지 않다. 그냥 예전처럼 회계처리를 했는데 갑자기 회계 기준을 바꿔서 적용하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회계법인과 싸울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금융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 이 혼란이 기업과 회계법인의 ‘판단력’을 존중하는 IFRS의 특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면 금융당국은 중재에 나서야 한다.

우선 적용 유예기간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해연도에 갑자기 바뀐 기준에 대해선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을 줘 기업이 대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회계법인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기준을 적용하지 않도록 적정한 계도에 나서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을 나쁘게만은 볼 수 없다. 기업과 회계법인 간 유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있을 금감원 감리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회계법인이 힘없는 중소기업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공멸의 길로 가는 것이다. 공정한 회계 기준은 근본적으로 투자자와 기업을 위한 것이지, 다른 주체를 죽여 자기가 살고자 하는 ‘집단 이기주의’를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금융당국이 소신을 가지고 분명한 ‘가이던스’를 줘야 한다.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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