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경제’와 ‘기업’을 언급하면서 민생·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경제 부진이 문재인 정부 3년 차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해 핵심 과제로 ‘일자리 창출’이 1위에 올랐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 대통령으로선 민간 기업의 투자 확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기업 행보로 비쳐질 수 있는 ‘우측 깜빡이’를 켠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특별히 경제인을 많이 모셨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쓰겠다”,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등 상당 시간을 기업 얘기에 할애했다. 더이상 ‘대기업 때리기’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기업과 손잡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이뤄 경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른바 자기반성이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경제 부진으로 지지층 이탈이 빨라지면서 지난해 말 데드크로스(지지율조사서 부정이 긍정을 앞선 결과)가 나타나자 더이상 방치하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절박감도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왜 또 내일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린다”고 토로했다.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문 대통령은 “산업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혁신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기업에 손을 내민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지난해보다 두드러지게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활력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의 신년인사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경제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우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경제라야 행복해질 수 있다”며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에 속도조절 등 일부 변화는 가능하지만 기존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