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7년 한국의 실업률은 3.7%로 10년 전보다 0.5%P 올랐다. 전 세계 평균(5.3→ 5.5%)보다 수치는 낮지만 상승 폭은 더 가파르다. 이 기간 독일과 이스라엘은 실업률을 각각 4.9%P, 5.2%P 낮췄다.
독일이 찾은 일자리 해법은 근무 형태 유연화다. 통일 이후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던 독일은 2002년부터 민관이 함께 노동시장 개혁에 나섰다. 고용 유연성을 골자로 한 ‘하르츠 개혁’이다. 미니잡, 미디잡 등 근무 시간과 형태를 다양화한 여러 유연근무제 도입이 핵심이다. 대신 최저임금제와 부모수당을 도입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험 지원을 확대해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맞췄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니 청장년 일자리가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기업이 경기 상황에 맞게 기존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건비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청년을 채용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기존 노동자도 노동 시간이 줄어든 대신 경기 변동에 따른 실직 불안이 줄어들었다. 유연근무제로 숙련공의 근속이 늘어나니 기업 생산성도 안정화되고 세대 간 기술 이전도 원활히 이뤄졌다. 독일은 지금 유럽의 모범국가로 변모했다.
이스라엘은 기존 파이를 나누기보다 신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일자리 파이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10%대 실업난에 시달리던 1990년대부터 정부 연구개발기관인 이스라엘 혁신청과 민관합동 벤처펀드인 요즈마펀드를 중심으로 신산업 발굴, 지원에 나섰다. 기술 개발은 물론 그간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잠자고 있던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덕분에 ICT, 바이오, 항공 등 유망 신산업을 선도적으로 육성할 수 있었다.
기업이 성장하니 일자리도 늘어났다. 최근 3년간 이스라엘의 일자리는 해마다 100만 개 넘게 늘고 있다. 특히 인력 수요가 늘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선 일손 1만 명 넘게 모자라 아우성이다. 일자리 시장이 넓어지자 신산업에 익숙한 청년층 취업률은 물론 장년층 취업률까지 올라갔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노동자 중 장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10%대에서 지난해 20%로 뛰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은 “한국에도 잠재된 우수 기술이 많다. 이스라엘처럼 이런 기술들을 사업화한다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