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중국 경제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지난해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중국 경제가 올해는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건 심각한 부채 수준이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에 올라섰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부가 부실 대출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낸 연구 보고서에서 “중국 경기를 둔화시키는 주된 요인들은 아직 경제에 전반적인 충격을 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것은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가 안은 문제는 전 세계 시장과 기업들에도 치명적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아이폰에서부터 노트북, 불도저 등 다양한 제품들이 거쳐가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자동차와 스마트폰, 맥주 같은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 제너럴모터스(GM) 애플 같은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 엔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도 심각한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증시의 주요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6월에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연초 이후 25%나 하락했다. 이 여파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불확실성은 새해에도 여전하다. 경기가 얼마나 더 침체될 것인가 하는 우려와 함께 중국 정부가 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 작년에 본격화한 미국 중국 간 무역 전쟁이 2019년에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문제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양국은 2월 말까지 전쟁을 유예한 상황. 이후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관세율이 추가로 상향 조정된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향후 수 개월 안에 중국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수출 및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드 중국 전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 인상을 피하더라도 수출 증가에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양국 정부가 향후 2개월 안에 지속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단순히 무역을 뛰어넘어 중국의 기술, 지적재산권, 투자, 산업 정책 및 시장 접근 등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뱅가드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두 경제대국이 최종 정전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험난하고 장기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양국의 무역전쟁이 성장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다. 내셔널오스트리아뱅크의 제랄드 버그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이 말하고, “양측 모두가 얼마나 밀어붙일지에 달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CNN은 소비자들이 불확실성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중국에서는 수십 년간 엄청난 경제적 성장에 힘입어 수억 명의 빈곤층까지 소비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경기에 균열이 생기면 소비도 침체될 수 있어서다.
소비 침체 조짐은 진작부터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개월 간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자동차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공식 통계에서도 중국의 소매판매는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강도높은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는 감세와 인프라 투자, 통화 완화 정책 등에 의존했는데, 올해에는 더 많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