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작년 8월 ‘꿈의 시총’ 1조 달러(약 1100조 원)를 찍으면서 범접할 수 없는 글로벌 IT 공룡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12월 초 마이크로소프트(MS)에 따라 잡혀 시총이 2위로 밀려나면서 7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같은 달 31일 애플의 시총은 7485억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1100억 달러나 줄었다. MS 입장에선 16년 만의 1위 ‘탈환’이었다.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고 미·중 무역 마찰이 심해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10월부터는 부품 공급 업체와 생산 위탁 기업에서 아이폰 감산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고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졌다.
특히 제품 생산 기지이자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 보이콧’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12월에는 주가가 전달보다 16%나 급락했다.
게다가 애플은 올해 자금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었는데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90억 달러라는 큰 손해를 봤다. 시장은 내년 애플 주가가 25%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꺼내든 상태다. 현재 주가는 157달러인데 여기서 117.7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퀄컴과의 소송전, 스마트폰 시장 포화, 무역 마찰 등의 변수도 애플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5G 아이폰의 출시 지연도 애플 매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이 야심 차게 준비한 ‘에어파워’의 출시가 또 미뤄진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애플은 2017년 9월 ‘아이폰X’ 공개 행사에서 에어파워를 깜짝 공개했으나 1년 3개월째 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에어파워는 아이폰, 애플워치, 에어팟 세 가지 제품을 한꺼번에 무선 충전할 수 있는 장치로, 애플 제품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현재 애플은 웹사이트에서 에어파워 관련 페이지를 삭제한 상태다.
CNBC는 애플이 에어파워 출시를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iOS 12.1에서 확인되 에어파워 관련 언급과 함께 애플이 지속해서 에어파워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출시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