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올해 신년사에서 “완화기조의 장기화가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 그리고 이런 불균형 누적이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다.
다만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과 이에 따른 자본유출입을 우려하고 나섰다. 그는 “올해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폭이 확대된 상황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 등으로 글로벌 위험회피성향이 증대될 경우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대외 리스크 변화가 금융시장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도 연준 금리인상이 두 번 가량 예고돼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 확대를 빌미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 12월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상을 앞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11월 금리인상이 없었다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100bp(1bp=0.01%포인트)로 벌어질 뻔 했다. 이후 공개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은 집행부 소속인 윤면식 부총재 추정 금통위원은 “미 연준 정책금리와의 격차 확대에 따른 일반의 불안심리 완화 차원에서도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건 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수단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경우 통화정책의 대응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미 연준 등이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미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수단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은도 여건 변화에 적합한 정책운영 체계 및 수단에 대해 깊이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2019년은 올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약화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장기적 정책 추진도 주문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세계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요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경제가 성숙단계에 다가서면서 투자를 통한 자본축적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산업 고도화와 산업 간 융복합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선도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라며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이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2018년 신년사에서 “한발 앞서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을 주문한데 이어 연거푸 한은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