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문이 2019년 1월 1일부로 발효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한미 FTA 개정으로 우리나라는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남소 방지와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자동차 부문 양보에 따른 대미 무역흑자 감소 확대 우려와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 관세폭탄의 불확실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1일부터 적용되는 한미 FTA 개정 협정문에는 양국이 ISDS와 관련해 중복 소송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담겼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인해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로 우리나라엔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정부 관계자는 “가령 벨기에 기업(자회사)이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에 따라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면 미국에 있는 모기업이 한국 정부에 ISDS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투자자가 ISDS 청구 시 정부 정책과 투자 손실의 연관성, 정부의 FTA 위반 여부 등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반덤핑·상계관세 등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우리에겐 긍정적이다. △현지실사 개최 일자 사전 통지 △덤핑·상계관세율 계산 방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 및 공개 △피조사 기업에 대한 충분한 기회 제공 등이 협정문에 명시됐다.
무엇보다 이번 FTA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미국의 무분별한 보호무역 조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미 간 개정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타 국가보다 먼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관세 부과 면제를 얻어낸 점이 대표적인 예"라며 "만약 한미 FTA와 FTA 개정이 없었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공세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미 FTA 개정이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최대 FTA 개정 요구 사항인 한국산 화물차(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간 연장, 미국 안전기준 충족 미국산 자동차 수입 물량 5만 대 확대 등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폭이 더 줄어들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미 무역흑자액은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15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3년 205억 달러, 2014년 250억 달러, 2015년 258억 달러, 2016년 232억 달러로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다가 2017년 178억 달러, 2018년(11월 기준) 127억 달러로 뚝 떨어진 상태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결론이 나올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및 차부품 관세 부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협상 없이 FTA 개정을 완료한 것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결론을 내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자동차 업계의 연간 손실이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거둔 순이익의 70% 수준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추가 협상이 힘들어진 이상 정부가 미국산 자동차의 대한국 수출 여건 개선이 반영된 개정 협정문의 성과와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 자동차 기업의 기여도를 미국 정부에 적극 강조해 관세 부과 면제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