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는 좋았지만 실력이 부족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8년 한국경제에 ‘C 학점’을 줬다. 경제지표는 그 이하였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방향은 맞았지만 정책설계가 잘못됐다는 게 최 교수 등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한국경제는 수출 빼곤 대부분의 지표가 좋지 않았다. 양극화는 한층 심화됐고 성장잠재력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저임금 등을 핵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은 오히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줬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경제팀을 교체하고 산업경쟁력 강화 등 경제 활력 제고에 나섰지만 신산업 규제개혁 등이 표류하면서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표적 경제 성적표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6~2.7%(정부 전망)가 예상된다. 2012년 2.3%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2479.65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17.28% 하락한 2041.04로 마감했다. 22개월간 지켜온 코스피 2000선이 한때 무너지기도 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일자리 증가 수는 지난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한 건 수출이었다.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지나친 반도체 의존은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내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 문턱으로 불리는 3만 달러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그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8.8% 늘었지만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7.0%나 떨어졌다. 상반기 체감 실업률은 11.8%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부동산은 9·13 대책 등으로 집값을 잡았으나 지방 경기가 죽는 양극화가 발생했다. “우리 경제는 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가운데 미래 도전 요인도 본격화하는 등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정부는 또 △가계소득 부진과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와 혁신 지체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으며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초래할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저출산 심화는 인구 감소를 가속화해 성장능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단과 평가는 정확했지만 처방엔 실패했다. 올해 실질성장률은 애초 전망했던 2.9%에 못 미치는 2.6~2.7%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 3.1% 성장률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설비투자가 미·중 통상분쟁 심화 등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 등으로 1.0%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의 영향으로 2.8% 줄었다. 3분기 건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6.7%로 외환위기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올해 1분기 취업자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8만3000명 증가했으나 2분기 10만1000명, 3분기 1만8000명으로 갈수록 악화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가 10만 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 일자리 부진이 심각해 1분위 소득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1분위 소득 증감률은 지난해 대비 1분기에 8.0% 감소했고, 2분기 7.6%, 3분기 7.0%로 감소 추세다.
그나마 수출은 올해 사상 첫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호조의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는 애초 3000 돌파를 기대했으나 2000을 버티기도 힘에 부쳤다. 2479.65로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한국 증시 역사상 최고점인 2600선을 장중 넘어서기도 했다. 지수 3000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넘쳤지만 무역 분쟁 심화, 미국 정책금리 인상, 세계 경기 둔화 전망 등이 겹치면서 휘청거렸다. 10월 29일에는 1996.05까지 추락했다. 2000선이 무너진 것은 22개월 만이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은 2006년(2만795달러)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느라 3만 달러 돌파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최배근 교수는 “국정 운영은 야당 때와 다르게 실수가 없어야 한다”며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취지가 좋았으나 노동계까지 저항할 정도라면 정책설계가 뭐가 잘못됐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득분배가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성장률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