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 외(外) 살인과 그의 부모에 입힌 상처에 책임이 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하월 판사는 판결문에서 “5일간의 단체 북한 관광을 떠나기 전, 버지니아 대학 3학년이던 오토 웜비어는 건강하고 큰 꿈을 꾸는 영리하고 사교적인 학생이었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국 정부 관리들에게 그를 넘겼을 때는 앞을 못 보고 귀가 먹고 뇌사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월 판사는 손해배상금으로 4억5000만 달러, 위자료와 치료비 등으로 51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0월 웜비어의 부모는북한 정부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 명목으로 11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판결문에서는 북한이 야만적인 방식으로 웜비어를 고문해 허위 자백을 끌어내고 해당 사건을 미국과의 외교정책에 이용하려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웜비어에게 행해진 고문과 관련해 북한의 고문 방법과 그의 신체 손상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확인했다”며 “웜비어 부모는 북한이 아들을 붙잡아 전체주의 국가의 볼모로 쓰는 잔혹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웜비어 사망 이후인 지난해 11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졌다. 미국은 피해자를 고문, 납치, 상해, 사망케 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과 판결은 북한 측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월 판사는 북한이 아무런 답변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웜비어 부모는 재판 후 성명을 내고 “미국이 공정하고 열린 사법체계를 갖고 있어, 김(정은) 정권이 아들의 죽음에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세계가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의 판결문이 북한에 전달되고, 북한이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사건의 2015년 2심 재판에서 미국 법원은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며 3억3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해당 판결문은 북한 외무성과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한 대사관 등에서 반송됐다.
AFP통신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국에서 압류할 만한 자산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에 갔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돼 미국으로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