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생활문화에 녹아든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하고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우리 사회의 커피문화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는 미술전시가 옛 서울역(문화역서울284)에서 21일 개막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하는 '커피사회'는 내년 2월17일까지 열린다.
전시회가 열리는 옛 서울역은 근·현대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주최 측은 "공간 고유의 느낌을 한껏 살려 전시를 배치하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역 레스토랑 그릴, 1·2등 대합실 티룸에서 커피 문화가 '공적'으로 시작된 것도 아이템이 됐다. 1·2층 대합실에서 전시되는 심범순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이상학회장)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의 '제비다방과 예술가들의 질주'에서는 1930년대 경성의 다방이 그대로 재현된다.
1933년 종로에서 개업한 제비다방은 이상이 직접 운영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술가와 문인 등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은 다방에서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고 서로 공유했다.
"유럽에서 미술 역사가가 유럽의 근대는 커피가 만들었다고 농담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수많은 커피하우스들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논쟁과 토론이 발생하면서 신지식이 퍼져나가서 근대 사회를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커피가 근대를 만들었다는 말에는 오류가 있겠지만, 커피로 인해 근대라는 운동이 촉진됐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20일 만난 심범순 교수는 근대 다방에의 커피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시회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방에서 찻집, 그리고 카페로 진화해온 과정에 담긴 문화적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시간적 경험의 흐름을 따라 들여다보며 커피가 상징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의미를 포착할 수도 있다.
커피에 대한 문화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읽어보는 '커피의 시대', 근대 문화공간 그릴에서 오늘날의 커피를 마시며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교차점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근대의 맛', 커피사회 내부에 액자식으로 성립하는 또 하나의 전시이자 횡적인 컨템퍼러리 공간 '윈터클럽'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에는 회화, 미디어, 조형, 사진, 영상, 그래픽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성기완, 백현진, 양민영, 이주용, 박길종, 김성기, 김남수, 박민철, 김찬우&더37벙커, 마르코 브르노, 서울과학사, 윤율리, 김민지 등 40여 명 작가(팀) 작업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문화역서울284 담당자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커피를 통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했다"며 "오늘날 동시대의 커피 문화와 커피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통해 유기적이며 혼종적인 문화를 담아가고 있는 한국의 커피 사회를 들여다보기를 바란다"고 했다.